워크래프트 3 : 리포지드 (Warcraft III : Reforged) 리뷰


매우 오래 기다렸습니다. 몇달 전부터 예약을 해둔 게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학창시절의 일부분을 책임진 게임의 리마스터이기에 더욱 기대한 부분도 있죠.


하지만 추억은 추억으로 내버려두는 것이 오히려 더 좋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그 게임.


워크래프트 3 : 리포지드 리뷰입니다.


이 리뷰는 필자의 PC로 촬영되었습니다.



워낙에 유명한 게임을 모태로 하기에 부연설명이 많이 필요할까 싶습니다.


2017년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가 발매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처럼,


2002년 발매된 워크래프트 3 시리즈를 기반으로 리마스터한 게임입니다.


당시엔 단순히 리마스터가 아니라 그래픽과 인터페이스의 최적화, 더 나아진 캠페인 등을 내세웠었죠.


특히 캠페인의 수정에 대해 팬들의 열망은 정말 엄청났습니다.



실제로 2020년에 다시 등장한 워크래프트 3 : 리포지드는 전체적으로 그래픽의 퀄리티가 한 층 상승하였습니다.


아서스나 제이나, 쓰랄, 실바나스 등 많은 영웅들 뿐 아니라 각 일반 유닛들까지 더 나은 퀄리티를 가지게 수정되었습니다.


또한 원색에 가까웠던 색상을 현실적으로 변화시키면서, 줌인해서 게임을 해보면 마치 RPG를 하는 듯 한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더 나은 그래픽으로 인해 더욱 스토리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이 게임이 RPG였다면 저 역시 이러한 변화가 더 낫다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게임은 탑뷰의 시점을 가진 RTS 장르의 게임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모델링 자체가 좋아진 것은 장점이 확실하지만, 적어도 색상의 선택은 잘못된 것 같네요.



워크래프트3가 일부러 원색에 가까운 색상을 쓴 것은 아닐 겁니다. 적어도 워크래프트 3 때의 스프라이트는 RTS에 맞게


적과 아군을 판단하기에 훨씬 좋은 모습을 갖췄습니다.


또한, 탑뷰라는 게임의 구조에 맞게 위에서 내려다 볼 때 더욱 대비가 심하도록 맞춰진 오리지널과 달리 바로 앞에서 보이는 디테일에만 집중한 것인지


막상 게임의 중심인 전투를 펼칠 때에는 분명한 붉은색과 푸른색의 전투인데도 한눈에 구별해내기 쉽지 않습니다.


아무리봐도, 모델링을 할 때 앞에서 보는 형태로만 작업하고는 정작 위에서 내려다보는 형태가 어떨지는 많이 고민해보지 않은 것 같네요.



더불어 사이클론으로 유명한 스킬 이펙트 역시 단점으로 지적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일단 떠오른 유닛이 전혀 폭풍에 휩싸인 느낌이 아닌 건 둘째치고, 사이클론같은 기술은 게임 내에서 특정 유닛을 컨트롤 할 수 없게 만드는 지속 스킬입니다.


다만 이런 스킬이 전장의 뒷면을 완전히 가리고 보이지도 않게 만든다는 점은 실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퀄리티도 게임성도 모두 놓쳐버린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워크래프트 3 : 리포지드에 바란 것은 바로 블리자드가 내세운 후자에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바로 더 나아진 캠페인 말이죠.


워크래프트 시리즈에 이어 와우까지, 취업을 한 이후에도 제 취미를 책임 진 이 게임의 스토리의 재미를 다시금 멋진 그래픽으로 느껴볼 수 있다면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RTS의 장르적인 특징에서의 이러한 색상 배색은 단점이 될 테지만, 캠페인을 즐기는 데에는 더 나은 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적어도 블리자드가 2018년 블리즈컨에서 보여준 '정화' 미션 정도의 퀄리티를 게임 내내 유지해줬다면 말입니다.


현실은 오히려 이 정화 미션만 블리즈컨을 위한 퀄리티로 만들어진 파일이 리포지드 내에 존재하고, 정화 미션 외에는 만들어진 게 없습니다.


결국, 하나의 미션만을 멋지게 만들어 소비자들을 현혹시킨 사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렇기에, 캠페인을 매우 기대해온 저같은 유저는 블리자드의 이같은 행태에 짜증이 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블리즈컨에서 유저들을 우롱했고, 결과물은 그냥 그래픽이 좀 더 좋아진, 워3 캠페인 그대로입니다.


보통 으레 붙어 있는 문구 만이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뿐입니다.


"정식 출시 때에는 모델링이 변화할 수 있습니다." 따위의 문구 말이죠.



하지만 달라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 것이죠.


블리자드는 게임이 출시되기 직전에도 계속해서 "우리는 매우 흥분된다" 식의 멘트를 쳤고,


심지어 2019년 발매를 다시 2020년 1월 말로 연기까지 해가며 퀄리티를 올리는 작업을 한다고 했지만 나온 결과물은 대실망 그 자체입니다.


1년에 게임을 30개 가까이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트레일러나 홍보물을 본 뒤에 결과물에 실망하는 게임이 한 둘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런 사기에 가까운 행각을 벌인 게임을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나 블리자드와 같은 대기업이 말입니다.



한글 자막 오류같은 것은 결국 그런 것의 부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도대체 그들은 2년 간 뭘 했던 것일까 싶은 이 결과물은 블리자드의 QA팀의 능력마저 의심케 합니다.


인도의 레몬스카이 스튜디오 팀에게 외주를 맡겨 진행한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만,


많은 직장인들이 알듯이, 외주를 주었다고 해서 원청에게 아무런 책임이 없는 건 아닙니다.


원청은 결과물을 최종적으로 확인할 의무가 있었고, 블리자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듯한 수준의 게임을 유저들에게 들이밀었습니다.


더불어 레몬스카이는 이미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는 회사기도 하죠.



게임 내에는 정말 많은 버그가 산재해 있습니다.


일부 건물은 지으려고 하면 갑자기 게임이 순간적으로 2-3초 멈추기도 하며

(주로 언데드의 건물들이 그렇습니다.)


가끔은 자막이 나오지도 않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캠페인을 저장했다가 다시 로드하면 게임을 시작함과 동시에 패배하는 버그 등도 있습니다.



하지만 버그를 논하기에 앞서 그들의 기본적인 게임에 대한 열정이나 이해도가,


2002년, 저를 컴퓨터 앞에 몇시간이고 앉아 워크래프트 세계관에 빠지게 만든 그 블리자드와 같은 회사라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낮은 것이 정말 아쉬움을 넘어 한심스럽습니다.


학창시절, 리니지 또한 정말 즐겁게 했던 저에게 (무려 고3때 이럽요정을 찍었습니다. -_-;) 리니지M을 봤을 때의 그런 느낌보다 더 좋지 않습니다.


리니지를 즐겁게 했던 혹자는 리니지M을 보며 "첫사랑을 사X가에서 본 느낌"이라고 하는데, 어쩌면 리포지드를 바라보는 제 느낌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나마 장점이라면.. 살아생전의 깐프 실바나스 윈드러너를 다시금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성우들의 열연으로 이 게임을 음성까지 풀한글화로 즐길 수 있다는 것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에 대해 실망스럽네요.



리포지드가 가져다 준 것은 재미가 아닌 무언가의 공허함 그 자체였습니다.


학창시절의 블리자드는 이제 존재하지 않고, 그들의 사명처럼 눈보라가 잠시 몰아치다가 사그라지듯 블리자드 역시 이렇게 망가지는 것일지요.


저에겐 올해 6번째의 게임인 리포지드는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추억은 추억대로 남기는 것이 더 좋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옛날에 블리자드란 회사가 있었는데 말이야. 아빠가 그 회사 게임을 참 좋아했었지..."




# 총평


- 장점

1. 거지같은 퀄리티 속에서도 열심히 일한 한국 성우분들의 연기력은 그래도 괜찮은 수준.

2. RPG로 즐기는 기분이 날 정도로 훌륭해진 모델링들.


- 단점

1. 근데 이 게임이 RPG냐? 누가 전투를 하는데 데몬헌터의 가슴을 보고 있겠냐고.

2. 색상의 대비가 혼전 상황에서 눈에 잘 띄지 못합니다. RTS에선 최악의 단점.

3. 일명 '깐프'로 대비되는 정신나간 수준의 자막 버그. QA팀은 뭐하나?

4. 날아가버린 학창시절의 추억.

5. 눈보라가 사라지듯 사라져버린 그들의 열정과 퀄리티.

6. 2018년의 블리즈컨은 유저를 우롱하는 것입니다.

7. 추억은 추억대로 간직하는 것이 좋다.

8. 아버지..끝난..겁니까? 영원한 왕은 없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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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2020.02.21 21:00 신고

    리뷰 잘 보았습니다. 어릴때 다운받아서 한 기억때문에.. 저는 추억에 감사하고 사죄하는 마음으로.. 사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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